연원
다양한 종류의 연과 수생식물이 있는 곳입니다.
보통 절집 입구에서나 마주치는 ‘일주문(一柱門)’.
수목원과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입니다. 그러나 청산수목원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만(卍)의 길’과 맞닿아 있는 연꽃무리 언저리를 거닐다보면 일주문과 떡 하니 마주칩니다.
본래 일주문(一柱門)은 한 줄로 늘어선 두 기둥만으로 세운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 일반적인 건축형태와는 달리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형식으로 지어졌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꽤나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다포계(多包系) 맞배지붕의 건축양식은 그 구조적 균형미가 절묘하기 이를 데 없어 수백년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서 있답니다.
일주문에는 불가(佛家)의 가르침이 녹아 있습니다.
세속의 온갖 번뇌(속진俗塵)로 인한 어지러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귀의(歸依)하고자 하는
오직 한가지 마음(一心)만을 지니고 이 문을 넘어오라는 상징적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일주문은 두 개의 기둥만으로 세속과 탈속을 매개하고 경계짓고 구분하는 상징이다.
그래서 일주문은 상징적 회랑이자 열주와 같다.
생(生) 과 사(死), 정토(淨土)와 예토 (穢土)의 일여(一如), 혹은 그 차이마저 초월하는 힘이다.
일주문을 통과하면서 범속한 생활의 악습과 경박을 반성하고 세속을 점차 지워나가며 정신적 재무장을 하게 된다.”
– 조용훈, 〈그림의 숲에서 동서양을 읽다〉 중에서
이제 멀리 낮은 언덕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의 결을 느끼면서 세상의 멀미를 조용히 실어보내십시오.
그리고는 일주문을 넘어 ‘만(卍)의 길’을 따라 걸으며 우주만물의 섭리를 묵상하십시오.
사방의 끝이 종횡으로 늘어나고 펼쳐지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이 연국(蓮國)의 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이들의 길상만복(吉祥萬福)을 축원해 보십시오.